취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언제부턴가 나는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었다.
회사에서는 늘 비교당했고, 집에 돌아오면 무기력했다. 무언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고, 주말이면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그때 우연히 SNS에서 자수로 만든 컵받침 사진을 보고 ‘저 정도는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호기심이 나를 취미 생활로 이끌었고,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지만, 과정이 즐거웠다
나는 유튜브에서 "자수 기초" 영상을 찾아보며 바늘과 실을 주문했다. 처음 해본 자수는 삐뚤빼뚤했고, 실이 자꾸 엉켜서 짜증도 났다. 하지만 작은 꽃 하나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생각보다 컸다. 그날은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이후로는 퇴근 후 30분씩 자수 시간을 만들었다. 하루에 하나씩 스티치 연습을 하며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감각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결과물이 아니라, 매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내 스스로의 신뢰감이었다.
성취가 습관이 되고, 습관이 자존감이 되었다
예전에는 하루를 통째로 허무하게 보냈다면, 지금은 “그래도 오늘 이 정도는 해냈다”는 감각이 남는다.
예를 들어 작은 하트 자수를 완성했다든지, 새로운 스티치를 연습했다든지, 눈에 띄는 큰 성과는 아니지만 그날의 ‘기록’이 남는다는 게 나를 지탱해준다.
이게 쌓이다 보니, 점점 더 많은 걸 시도하게 됐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전보다 자연스러워졌다. 단순히 취미 활동을 넘어서, 삶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의 소중함
무엇보다 취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실적, 속도, 평가에 따라 비교가 끊이지 않지만, 자수를 놓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실을 고르고, 색을 조합하고, 천 위에 바늘을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안이 줄어든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갖게 되자, 외부의 인정 없이도 스스로를 칭찬하게 됐다. 자존감이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취와 꾸준함에서 스스로 채워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자존감 회복은 거창하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하루에 20분,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아주 작은 성공을 꾸준히 경험하다 보면, 마음속에서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목소리가 자란다.
처음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스스로의 노력과 시간을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훨씬 단단해졌다.
마무리
자수라는 취미는 내 삶에 거대한 변화를 주진 않았지만, 매일 조금씩 쌓여가며 나를 회복시키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배웠다.
자존감은 큰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성취를 꾸준히 쌓을 때 비로소 내면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혹시 지금, 무기력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작은 취미 하나를 시작해보기를 추천한다. 바늘과 실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꾸준히 쌓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자존감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